오, 마이 서른/황문진 - 사람이 30년을 살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가

오 마이 서른 / 황문진

 

선택이유

 

코로나와 함께 벌써 나의 서른살도 4Q로 접어든다. 서른살이라고 특별한 목표를 세웠던건 아니었는데 왠지 의미부여를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은 든다. 다들 기념하는 서른살을 이대로 보내기 아쉬워서 #스토리지앤북클럽 에서 오마이서른 책을 골랐다. 어영부영 보내고있는 서른살이라는 시간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 대신 정리해주는 서른살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에세이이다. 나 대신 서른살을 정리해주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만큼 책에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대한민국 서른살이라면 느꼈을법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사랑을 찾아보기도, 잃어보기도 하고 조부모의 죽음으로 부모님이 무너지는 것도 보았으며, 일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과 사회적 나의 위치(?) 를 친구에게 듣는 것처럼 친근하게 만나볼 수 있다.

 

사회에 치여서 대학생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지나간 사랑에 대해 애써 쿨한척도 할 수 있는 그런나이. 제법 살아보았다고 이제 계절을 느껴볼 여유가 조금씩 생기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정도는 구분하고,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능글맞음도 생기는 그런 때인가보다.

 

이 책을 만난 계절이 가을이어서 그런지, 특히나 '기온으로 기억하는 추억' 부분이 인상깊었다.

 

밑줄 긋기

 

사람도 책도 내게 오는 시기가 있다. 읽고 싶은 마음과 내게 읽히는 타이밍이 서로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새로운 에너지가 발생한다. 56p

회사의 꿀복지 '도서구입비 무제한 지급'으로 독서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내가 직접 오프라인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덕분에 나의 상황에 딱 맞는 책들을 읽고 있다. 그래서 더 애정이 생기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어떤 사람일 때 만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정말 좋은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범주'에 속하지 않아도 나는 변함없이 나다. (중략)실은 내가 평균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을 특이하게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런건 아닐까. 147p

 

남들과 같아지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내 자신을 자책하고, 그 범주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곡을 찔렸다. 맞다. 내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특이하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 불안했던 것이다. (흠)

 

어른이 된다는 건, 엄마를 잃어도 곧바로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는 것일까. 장례식장과 화장터를 알아보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담담하게 전화를 하는 아빠를 보면서 과연 내 슬픔이 아빠의 슬픔보다 더 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157p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중환자실에 계실 때...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걸 많이 느꼈다. 아빠는 중환자실에 할머니를 두고 장례식장을 알아봐야 했으며, 허리디스크가 온 외삼촌은 앉지도 못하는 몸을 이끌고 장례 준비를 해야했다. 어른들에게는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모질었다.

 

눈앞에는 해야 할 집안일이 보이지만 우선은 무시한다. 내게 주어진 하루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그래서 꼭 해야할 일을 하기 전에는 다른 일을 먼저 해버리면 의욕이 금방 소진된다. 171p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자꾸 내가 할일보다 집안일을 우선한다. 물론 집안일을 해놓고 나면 마음이 더 가벼워서 다른일에 집중이 잘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의 얘기처럼 에너지 소모가 있어서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된다. 때로는 눈감아 버리는 것도 요령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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