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지만 소중한 일상

시골민박 고가원에서 삼시세끼 - 코로나시대 여행지 추천

by 해 니 2020. 7. 24.

코로나를 피해 평창 산골마을로 숨어들다.

고가원 솥뚜껑삼겹살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주도가 1순위였지만 숙박비가 꽤나 비싸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자니 선뜻 당기지 않았습니다. 이참에 그동안 꿈꿔왔던 시골민박 고가원에서 삼시세끼를 준비했습니다. '시골민박, 산골마을숙박, 시골숙박' 등 여러 검색키워드를 찾아가던 중 평창의 [고가원] 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시세끼를 보면서 나도 차승원, 유해진처럼 저런 곳에서 며칠 쉬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했었습니다. 이제 그 생각을 고스란히 실현 시킬 수 있는 시골민박 여행을 떠납니다.

 

 

비가 내리는 풍경마저 운치있는 곳(feat. 파전)

매일 먹어도 안 질리는 파전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어 출발하는 날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체크인이 3시였기에 근처 찜질방 '수가솔방'을 들렸습니다. (수가솔방은... 비추입니다 ㅠ) 몸을 한껏 풀고 숙소에 도착하자 젊은 사장님이 안내해주셨습니다. 조촐하지만 아늑한 초가집이 보였고, 비를 잠시 피할 수 있게 해주는 나무와 젖어있는 평상이 보입니다.

멍 때리러 온 여행이기에 짐을 풀고 의자를 펼쳐서 처마 밑에 앉았습니다. 고불고불한 산길 속이어서 주위는 온통 산으로 둘러쌓여있습니다. 집 근처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산등성이이지만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이런게 바로 여행이 주는 느낌이랄까요.

 

불어버린 짬뽕

저녁에 솥뚜껑 삼겹살을 기대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내일로 미루고 "짬뽕"을 준비했습니다. 차승원은 참 맛있게 끓이던데 별거 아니게 보이던 그 음식이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국물 간 보는 사이에 면이 불어버려서 첫번째 끼니 짬뽕은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는 짝꿍이 있어 행복합니다.

고가원 사랑방

짬뽕의 설움을 파전으로 갚았습니다. 부침개는 저의 주특기이기 때문에 실패할리 없죠. 장봐온 실파를 숭숭 자르고 노브랜드 해물모듬을 숭덩숭덩 넣었습니다. 빗소리는 점점 잦아들었고 파전을 먹으며 별거 없는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고가원 사장님이 알려주시는 비밀의 계곡

 

평창계곡

고가원 근처 차로 10분 거리에 비밀의 계곡이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운이 좋게 해가 내리쬐었습니다. 스타벅스 원두를 갈아넣은 커피를 내리고, 부르게스타를 준비해서 나무 밑에서 즐깁니다. 다시 비가 오기 전에 서둘러 계곡으로 출발했습니다.

고가원 평상 그늘


고가원 비밀의 계곡은 사장님이 알려주시는 곳인데 사람 발길도 닿지 않은 조용한 곳입니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즐길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계곡마저 너무 오랜만이라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맥주와 과일을 흐르는 물에 받쳐놓고 의자를 폈습니다 (사은품으로 받은 스타벅스 의자가 참 요긴하네요.)

 

하이네켄 계곡에서

야외에서 마스크 없는 생활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음악은 틀어놓았지만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로 흐릿했습니다. 코인노래방을 못가고 있다며 짝꿍은 열창했습니다. 보는 사람도 없어서 잠시 댄스파티를 열기도 했어요. 하늘을 보며 돗자리에 누워있는데 나른해서 일어나지질 않았습니다.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행복합니다.

스타벅스 계곡(?)

 

*고가원 비밀의 계곡 가는법

지도는 숙박을 예약하면 사장님이 알려주시고요, 입구가 따로 없기 때문에 주차를 하고 이상한나라의 앨리스처럼 숲길을 쭉 따라 내려갑니다. 

 

 

솥뚜껑삼겹살(지나치게 많이 먹음 주의)

 

100인분 해치우는 솥뚜껑삼겹살, 삼시세끼 불피우기

다시 계곡으로 돌아와 오징어볶음을 했습니다. 계곡에 점심거리를 챙겨갔어야 했는데 주전부리만 먹어서인지 무척 배가 고팠습니다. 평창축협농협에서 구매한 생물오징어를 넣고 쉐킷쉐킷 했어요. 고가원은 조리도구가 다양하게 구비되어있고, 그릇 등 식기도 예쁜게 많아서 요리하기에 너무 좋아요. 미리 메뉴를 생각해서 장을 봐서 가시면, 즐거운 삼시세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동네에는 평상이 있어서 할머니와 친구분들이 항상 앉아 계시기도 하고, 땀을 식히며 놀기도 했는데 요즘 그런 곳을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상을 펴놓고 평상에서 쉬는 것조차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방림싸롱, 평창카페추천, 강원도카페

잠시 읍내로 산책을 나갑니다. '방림싸롱' 이라는 곳인데 시골민박에서도 카페는 즐겨야 하는 서울촌놈이 잠시 나들이하기에 좋아요. 방림싸롱 근처에는 슈퍼도 있어서 부족한 식량을 채워올 수 있습니다. 방림싸롱은 말 그대로 방림면 읍내에 있는 작은 카페입니다. 분위기는 아주 좋았어요. 음료도 정말 맛있었고 레트로 분위기의 카페를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시간에 맞추어 사장님이 장작을 준비해주셨어요. 비가 오는날씨 때문에 사장님도, 저희도 솥뚜껑삼겹살을 맛볼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화창합니다. 고기를 언제 올리면 되는지, 고구마를 구워 먹는 법 등 친절하게 안내해주셨어요. 때마다 필요한 물품을 챙겨주시고 상냥하게 안내해주셔서 고가원에 머무는 내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100년된 솥뚜껑이어서 인지, 고기가 정------말 맛있었어요. 평소 먹는 양보다 더 많이 준비했는데도 순식간에 해치웠습니다.



고가원 텃밭에서 상추, 고추를 담아올 수 있었어요. 오랜만에 고추 심은 것을 보니 할머니가 너무나 그리운 밤이었습니다. 준비한 와인도 고기와 잘 어울려서 손뼉박수치며 먹었습니다. 여행이란 늘 기대했던 것이 눈 앞에 실현될 때 기쁨이 가장 큰가봐요.

 

고가원에서 이프온리, lg빔프로젝터

빔 프로젝터를 준비해와서 평소 좋아하는 영화 '이프온리'로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초가집 벽에 빔을 쏘고, 밤하늘엔 별이 쏟아지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네요.



기분이 좀 묘했어요. 민족해방한 해에 지어졌다는 고가원 초가집 앞에서 IT기기 잔뜩 사용하며 앉아있는 우리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해방을 맞은 당시의 사람들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잠시 잠겼습니다. 그들에게 삶의 터전이었다면 '바쁘다 바쁜 현대사회'에 우리는 시골 민박을 '체험'하려고 방문했다는게 참 묘하죠.

 

 

계절마다 찾아올 생각입니다 & 기타 준비사항

 

여행 내내 계절마다 이 곳에 오자, 가족들과 또 오자라는 말을 무수히 했습니다. 그만큼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었어요. 고가원은 고도가 높아서인지 한 여름밤 밖에 앉아있어도 모기 한마리 없더라구요.

  • 먹을거리는 양념장까지 모두 챙겨주세요. (간장, 소금, 설탕 등도 직접 준비하셔야 합니다.)
  • 식기는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냄비/과도 등 종류별로 다 있어요.
  • 화장실 우리집보다 깨끗합니다. (최근에 공사하셨나봐요 세탁기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 기타 챙기면 좋은 것: 블루투스 스피커, 빔 프로젝터, 캠핑의자, 돗자리, 키친타올  --> 필수항목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입니다.
  • 장보기: 평창축협농협으로 가세요. 이마트에서 장보긴 했었는데, 오히려 농협에서 볼 걸 후회했습니다. 간장/참기름 작은 통이 있어 여행을 준비하기에 더 좋고 '횟감'을 뜰 수 있어 좋습니다. 

 

다녀온 지 며칠 안되었는데 벌써 그립네요. 코로나를 피해 특별한 여행을 해보고 싶은 분들께 고가원을 추천드립니다.

(사실 추천 안하고 싶어요. 숨겨두고 저만 가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곳이거든요 ㅠㅠㅋㅋ)

 

 

 

 

고가원 예약하기 & 주소

https://smartstore.naver.com/Gogawon/products/4842278892

(고가원)강원도 평창 가볼만한곳 전통 한옥 시골집 체험 민박 펜션 숙박 숙소 : 고가원

[고가원] 강원도 평창, 1945년에 지어진 전통 시골집에서 농촌을 느낄 수 있는 곳.

smartstore.naver.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