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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하며

by 해 니 2024. 10. 30.

퇴근 후에도 울리는 슬랙 메시지가 사라진 일상이 낯설다. 마음 편히 휴대폰을 두고 산책을 나가며 퇴사를 실감한다. 2024년 10월 29일. 4년 3개월을 몸 담았던 우아한형제들을 떠나며 글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우아한형제들에서 배운 것들


4년 전, 코로나로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나만 고요한 것 같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선망의 대상이었던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하게 된다.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길고 긴 재택근무에 돌입한다. 처음에는 친분이 없는 사람들과 재택근무로 하는 협업이 낯설어서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이후 딜리버리 시장이 성장하면서 내가 담당하는 프로덕트도 늘어나는 사용자에 맞게 발맞춰 대응해야 했다. 수기로 처리하던 모든 가입단계를 앱에 내재화하고, 사용자 가입과 계정 정책들을 수립하며 도메인의 확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주로 사용자 가입단계의 퍼널분석을 통해 문제상황을 찾고 개선하는 과제들을 통해 사용자 리텐션 상승(가입전환율, 활성사용자 수, 배달전환율 등)에 대해 고민했다.
코로나로 수해를 본 우리 회사에 대한 외부 견제로 Compliance issue 라고 불리는 대외리스크관련 과제들이 쏟아졌고, 어떻게하면 오프라인 공장에 맞춰진 가이드라인을 프로덕트에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특히 사회적인 관점에서의 사용자를 바라보게 되며 법무, 대외커뮤니케이션, 정보보안, 노무 등 그동안 다뤄본적 없던 분야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협의를 끌어내는 노하우를 많이 쌓을 수 있었다.
딜리버리 시장이 확대되면서 타사의 경쟁이 본격화되었고 회사도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았다. 당시 알뜰배달을 오픈하며 내가 담당하고 있는 라이더 프로덕트 모든 기능에 영향범위가 있는 과제가 시작됐다. 그동안 얕게 알고 있었던 배차, 배달프로세스, 주문고객 도메인에 대해 공부하며 밤낮을 보냈다. 덕분에 회사 전반에 동작하는 시스템과 도메인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비로소 프로덕트 오너십을 가질 때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채워졌다.
라이더앱에 대한 과제들이 슬슬 지겨워 질 때 쯤 시니어PM이 주신 기회 덕분에 배달 관제 시스템 중 이슈배달 현황을 개편하는 과제를 진행했다. 라이더만 바라보던 좁은 시선에서 관제시스템이 이슈배달(ex.긴 시간동안 배차가 되지 않거나, 어떠한 이슈로 가게에서 픽업한 라이더가 배달완료하는 시간이 늦어지는 등의 배달 중 이슈가 발생한 케이스)을 처리하는 방법과 운영자의 대응 체계를 알게되면서 운영자 관점에서 배달처리에 대한 이해도가 확 높아지는 기회였다.
독일 본사와 본격적으로 일하게 되면서 딜리버리 PoC를 1년정도 맡았었다. 취업 이후 쓰지 않던 영어를 꺼내들며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쳐나가는 시간이었다. 문서로 정확하게 설명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과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방법들, 그리고 시차와 문화 차이가 있는 동료들을 대하는 법들을 배우며 글로벌 업무에 대해 아주 얕게 경험해볼 수 있었다.

우아한형제들, 동료가 복지다


우아한형제들에는 일을 잘하는 동료가 참 많았다. 그들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그들에게 나도 어울리는 멋진 동료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적조직으로 존재했기에 꽉 막힌 문제를 풀 때 개발자, 디자이너와 풀어가는 방식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문제만 던져두고 내가 상상한 방법을 아젠다로 꺼내둔다. 그러면 우리가 모두 달려들어서 자신의 관점의 정답을 찾아나간다. 업계에서 흔하게 언급되는 ‘개발자가 안된다고 했다’는 한번도 떠올린 적도, 느껴본적도 없는 곳이었다. 그만큼 으쌰으쌰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 속에 있다는 건 내게 더할나위 없는 축복이었다. 지나고보니 모든 시간이 배움이었고 성장이었으리라.
일잘러들 중에서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특히나 많았는데, 일하면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잘지내냐고, 괜찮냐고 먼저 물어와 주는 좋은 동료들이 있었다. 어느날엔가 내가 너무 지쳐보였는지 일부러 시간을 내어 벚꽃구경을 데리고 가준 동료가 있었는데 세상에 이렇게까지 이타적이고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음에 너무 감사했다. 우아한형제들에서 일하면서 이런 동료들 덕분에 외롭지 않고 고된 시간도 견뎌낼 수 있었다.
떠나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도 동료들은 응원과 축하를 많이 건내주었다.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받는 응원이라 진심으로 더 힘이 되었다.

마치며


애써 쌓은 4년의 익숙함을 버리고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 두려움도 크고 걱정도 앞서지만, 멋진 동료들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된다. 고민하고 다듬으며 보낸 시간처럼 앞으로의 도전이 더 값진 경험이 되기를 스스로 바래본다.

안녕 우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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