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마무리_일하기
고민과 혼자만의 갈등으로 뒤덮인 한 해 였다.
#1. 독일본사와의 브로커
독일 본사와 프로덕트 부분의 브로커 역할을 맡게 되었다. 계획에도 없던 영어로 업무를 수행하고, 글로벌 로컬라이징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해나갔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 회사에서도 진행한 적 없었던 일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던 시기이다. 커리어만 생각했다면 수행했던 동일한 과제를 반복하는거라 내적 갈등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가 원하는 일을 수행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겨울 내내 출근과 퇴근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많은 업무량이었다. 아주 잠깐은 이렇게 업무를 해나간다면 나중에 글로벌 회사에서 일해볼 수도 있겠다 라는 짧은 꿈도 꾸었다. 구글에서 일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강의를 몇차례 찾아보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가 수행한 업무 방식이 100% 맞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의 그 산출물들이 없었더라면 큰 결정사항을 내릴 수 없었을 것 같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본 것이 중요 결정사항의 필요한 근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도움이 되는 구성원이고 싶다. 비록 나의 커리어가 꼬이는 것 같은 생각이 있었지만, 다행히 지속되지 않아서 문제없었고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낸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2. 도메인의 확장성
입사 후 사용자 중심의 팀/파트/스쿼드에서 일하다보니 주문과 배달 및 관제와 관련된 도메인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내가 담당하지 않는 도메인에 대해서도 공부해야만, 앞으로 업무 확장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마침 봄에 신사업을 논의하면서 산업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었고, 여름에 진행한 과제에서 관제와 관련된 도메인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스스로 갈증을 느끼고 있었고, 그러다보니 기회가 왔을 때 얼른 잡아볼 수 있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 이전 회사에서도 '결제,정산'과 관련된 도메인을 꼭 맡아보고 싶었다. 결제와 정산은 IT업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코어 기능이라고 생각했고,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업무가 있을 때 담당자로 지원했고, 그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되서 이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나의 현재 부족한 점을 생각하고, 다음 스텝을 고민한다면 좋은 기회가 주어지리라고 믿는다. 이를 통해 올해 도메인에 대해 아주 작은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
#3. 구성원의 흔들림 속에서
프로덕트 리더로 일하면서 함께 일하던 PM이 퇴사를 희망했고 회사가 바라보는 방향과 구성원의 기대하는 것이 달라서 퇴사 처리를 잘 마무리했다. 이후 업무 빈공간을 매우느라 바쁜 와중에 개발자 한 분이 퇴사를 이야기했고, 다행히 부서이동을 하여 함께 잘 일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 모든게 나의 부족함으로 생각되어 정말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내가 어떤 부분을 잘 못 챙기고 있기에 스쿼드에서 팀원들이 퇴사를 하는 걸까 하는 고민들을 많이 했었다. 이후 휴직을 원하는 구성원까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문제인지 모를 때 답답함과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주위에서 물론 이것은 나의 탓이 아니라고 말씀해주셨지만, 멋진 동료들과 계속해서 일하고 싶기 때문에 내가 조금이나마 더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더 옥죄었던 것 같다.
#4. 성과를 내는 리더
2022년이 되면서 '성과를 내는' 리더가 되고 싶었는데, 우리 스쿼드와 팀원이 그럴 수 있었느냐에 대해서 나의 답은 '잘모르겠다'이다. 스쿼드가 하는 일이 성과를 낼 수 있게 하고, 그 성과가 사용자에게도 당연히 의미가 있었으며, 사업/운영적으로도 정량적 효과가 충분했느냐 하면 ... 스스로의 기대에 20%밖에 못 미치는 것 같다. 과제의 정량적 지표를 뽑아내어 더 구체적으로 접근했어야 했으며, 효과를 구성원들과 외부 조직이 잘 알 수 있게 전파도 필요했다. 2023년에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보고 싶다.
2022년을 돌아보니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과제 리딩이 부족한 것 같아서 부지런히 익히고 쫓아가면, 과제화가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 검토하고 방향을 수립하는 그 다음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나에게는 업무 숙련도가 100%로 채워지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계속 공부하고 배워야해서 매력적인 직무인데, 그래서 어려움도 많이 따르는 것 같다.
최근에 든 생각인데 나는 머리가 비상하거나, 사업적인 감각이 뛰어나거나 하는 특기를 가진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저 내 무기는 '성실함'뿐인 것 같은데, 이제는 나의 연차가 성실함으로는 승부가 어렵게 되었다. (어느덧 9년차로 접어든다)
어떻게 하면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이 될 지 2023년에는 고민하고 다듬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