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이직 후 1년, 나는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
1년 전 새로운 출발
설레는 마음을 잔뜩 안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다. 1년 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그 때에 화상면접을 보고 처음 회사로 출근하던 날이 선명하다. 유튜브에서 보던 구석구석 예쁜 공간들, 어딘가 모르게 나만 빼고 모두 바빠보이는 사람들. 알고보니 그날 배포하는 날이라 다들 아침 일찍부터 출근해있었다. 나의 적응을 돕기 위해 '돌보미'님이 계셨고, 밝게 맞아주셔서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았다. 기획자들끼리 환영식겸, 카페로 내려가서 커피 한잔하며 거창하지도 않고 너무 소소하지도 않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입사한 시기가 마침 프로젝트 회식이 잡혀있던 때라 점심회식에 몇차례 함께 할 수 있었다. 전부 모르는 사람이었던 때라 누구와 먹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에 여러명과 만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2~3주 출근을 하고 광복절을 지나면서 코로나 상황이 다시 급격히 안 좋아졌다. 재택을 시작하게 되었고 몇주간 눈도장 찍은채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아직 사람들과 얘기를 몇번 나눠보지 못했는데 재택근무를 하게 되니 일에 집중도 잘 되지 않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지 어려움도 있었다. 다행히 친절한 동료들의 챙김 덕분에 조금씩 적응해나갔다. 1년동안 회사 문화에 적응하려고 무던히 노력했고, 내 몫을 해내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벌써인지, 이제야인지 모를 1년이 되었다. 나는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
여기 일잘러들이 잔뜩 모여있구나
다들 어쩜 이렇게 일을 잘하는지... 경력직으로 입사한 내가 느끼기에도 프로들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도메인을 소개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담당하는 서비스마다 기획자들의 이해도와 자신감, 전문지식이 놀라웠다. 본인이 담당한 것이라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설명하는 시간 내내 풍겨나오는 그 포스는 잊을 수 없다.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협업을 하는 것,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 회의를 진행해나가는 방법 등 매일 매일이 배우는 시간이었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멋진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보내다보니 1년이 금방이었다.
PM(Product Manager)으로의 역량을 키우는 시간
그 전에도 계속해서 PM/PO를 맡아왔었지만 새로운 회사, 문화에서 직무를 수행해나가려니 공부해야할 부분이 더 많았다. 이전에는 요구사항을 분석해서 기획안을 '완성한 이후'에 공유하면서 다듬었다면, 지금 회사에서는 기획안을 작성하기 전부터 즉,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킥오프부터 일을 같이 만들어나간다. 팀원들에게 공유할 때 기획안은 완벽해야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는 시간이기도 했고, 일을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에 대해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타사에 적용해놓은 사례를 찾기 쉽지 않은 것이 많다보니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내가 조각상이 되어 업무를 깎아나가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좌충우돌 과제를 하나씩 수행하고, 동료들에게 하나씩 물어물어서 1년을 보냈다. 마침 최근에 읽은 "사용자 스토리 맵 만들기" 라는 책이 나에게 그 모든 1년의 고민에 대한 정답을 주었다. (이 책은 따로 리뷰할 예정이다) 1년 사계절을 보내고 나니 조금씩 프로젝트를 운영해나가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도 수련해야할 것이 많이 남아있지만 부지런히 읽고 학습하고 합을 맞춰본 결과인 것 같다.
수학 문제를 푸는 훈련
프로젝트, 운영개선건 하나하나 쉬운게 없었다. 매일 수학문제를 풀러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가장 자신없는 수학문제를 마주하고 답지를 보다가 틀렸다가 다시 풀었다가를 반복하는 기분이었다. 마주하는 문제들은 어찌나 복잡한지... 나 혼자 고민하다가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민은 동료들과 함께 할 때에 더 빠르고 좋은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과 동료들은 언제든 함께 해결해주러 달려와주는 사람인 것을 깨닳고 힘을 빼기 시작했다.
다시 찾은 책 읽기
회사에 많은 복지제도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도서비 무제한' 제도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2주에 한번 서점에 방문해서 읽고 싶은 책을 구매하고, 중고판매 고민하지 않고 밑줄 긋고 싶은 곳 실컷 체크하면서 읽는다. 업무에 대한 것, 관심 없었던 분야이지만 기회를 노려 읽어보는 책들도 있다. 책을 '구매'하는 것에 부담이 없다보니 더 풍족하게 읽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다만 회사 복지로 누리는 것이니 구매한 것은 나중이라도 꼭 읽으려고 하고, 더이상 나에게 필요없을 때에는 당근으로 나눔하고 있다. 어디든 자랑하고 싶은 회사 복지제도이다.
앞으로 다시 1년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1년이다.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고민보다는 할일을 제대로 하기위한 시간이었던것 같다. 이제는 내가 일을 꾸려나갈 때인 것 같다. 담당하는 도메인에 대한 지식이 많이 생겼으니 좀 더 구석까지 챙기면서 업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성과분석, 데이터분석에 대한 역량을 많이 키우고 싶다. 내년 이맘 때 다시 1년 후기를 쓰게 된다면 그때에는 '성과분석'에 많은 자신감이 생긴 사람이고 싶다.